한국은행은 지난 4월 1분기 성장률(0.8%)을 발표하면서 2분기는 더 좋은 성적표를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석 달 만에 말을 바꿨다. 한은은 2분기 성장률 둔화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가뭄 같은 일시적 요인 탓으로 돌렸지만 전문가들은 수출 둔화와 소비 정체 등 구조적인 요인으로 저성장이 고착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메르스와 가뭄이 없었다고 해도 전기 대비 0%대 성장률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11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올해 3%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단기 처방만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자칫하면 한은이 내놓은 2.8%의 성장률 전망치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정부는 하반기에 성장률이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하반기에도 부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 성장률은 2.8%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 추경에만 기대는 건 체질 변화 없이 지표만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제시한 노동·금융·공공·교육 개혁을 더는 미뤄선 안 된다”고 말했다.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는 4대 개혁 중에서도 노동개혁이 가장 시급하다”며 “노사 합의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절박함을 설명하고 개혁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내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선 청년실업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청년들은 소비성향도 높고 생산성도 뛰어난 만큼 청년실업 해결이 제일 중요하다”며 “정년 연장에 따른 청년 고용 절벽 우려를 해소할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구조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시간도 충분하지 않다. 이르면 올해 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국내 경제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내년에는 총선, 후년에는 대선이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날 “경제 도약을 위한 ‘골든타임’이 길어야 2년 정도 남았다고 본다”며 “ 기업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세종=조현숙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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